회사에서 일을 잘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들과 소통을 잘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면 혼자 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의외로 이 기본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구직활동에서 겪은 황당한 경험들
유명한 PM의 무응답 사건
몇 년 전, 신나게 구직활동을 하던 중이었다.
페이스북을 둘러보던 중, 나름 유명한 프로덕트 매니저가 같이 일할 분을 찾는다며, 관심 있으면 커피챗 요청을 페메로 달라는 포스팅을 보았다. 나는 그분과 같이 일할 생각을 하며 관심 있다는 페메를 보냈다.
나는 면접을 보러다니느라 자주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한창 구직활동을 마칠 무렵, 갑자기 커피챗 요청을 보냈던 기억이 나 페메를 다시 켜봤다. 읽음이 찍혀있었지만 그 분의 답장은 없었다.
업계에서 일 잘한다고 유명한 기획자인데, 커뮤니케이션을 이렇게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분이 일하는 방식이 상상되면서 이 사람의 인사이트는 믿지 않아도 되겠구나. 를 넘어서 이 사람은 페이스북에서 자신을 포장하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억측까지 하게 되었다.
사실 “죄송합니다. 다른 분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라고 한 줄만 보내줬어도 됐을 텐데 말이다. 그랬으면 오히려 “아, 이 분은 바쁜 중에도 예의를 지키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48억 투자 받은 회사의 무성의
또 어떤 경우가 있었는가? 똑같이 구직 활동 중에, 면접을 보러 꽤나 먼 곳까지 차를 타고 면접을 보았다. 대표와 직접 면접을 보았고 명함도 받았다. 분명 회사를 나올 때 “연락 드릴게요”라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거리가 조금 멀어 면접을 보면서 내가 조금 심드렁했었던 티가 났을 수도 있다. 이 역시도 구직활동을 마치고 알게 되었다. 아 이 회사에서 연락 받기로 했었는데 연락이 안 왔네? 나름 48억 투자 받은 사업한지 얼마 안 된 회사도 아닌데.
시간을 내서 면접을 보러 온 사람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니. 이런 회사가 어떻게 48억을 투자받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투자자들은 이런 기본도 안 되는 회사에 돈을 맡긴 걸까?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구직 활동뿐이랴. 회사에서도 이런 일은 왕왕 일어난다.
회의 후 무소식
“검토해보고 연락드릴게요”라고 하고 3주째 잠수인 동료. “다음 주까지 자료 드릴게요”라고 하고 한 달째 깜깜무소식인 파트너사. “내일 회의 잡아서 논의해요”라고 하고 사라진 상사.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다리는 사람은 계속 기다려야 하고, 다른 업무 계획도 세울 수 없다.
연락 두절이 주는 메시지
더 심각한 건, 이런 행동이 상대방에게 주는 메시지다. “당신은 내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과의 약속은 지킬 가치가 없습니다.” 이렇게 들린다는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급한 일이 생겨도, 한 줄이라도 연락을 해야 한다. 그게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원칙
커뮤니케이션은 반드시 시작과 끝이 있다. 시작과 끝이 없는 커뮤니케이션은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하기로 했으면 상대방은 기다리고, 상대방에게 어떤 식으로라도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이것은 일의 기본이고 이것조차 되지 않으면 같이 일하기 어렵더라.
모든 커뮤니케이션에는 책임이 따른다
메시지를 보내는 순간, 상대방의 시간과 기대를 사는 것이다. 그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완결해야 한다.
“검토해보겠습니다” → 검토 결과 공유
“연락드리겠습니다” → 연락 또는 연락 지연 사유 전달
“회의 잡겠습니다” → 회의 일정 확정 또는 연기 사유 설명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란?
1. 명확한 마감 시한
“빨리 해주세요”가 아니라 “이번 주 금요일까지 부탁드립니다”
“나중에 연락드릴게요”가 아니라 “다음 주 화요일까지 연락드리겠습니다”
2. 상황 변화 시 즉시 공유
계획이 바뀌면 바로 알려주기. 늦어질 것 같으면 미리 말하기. 안 될 것 같으면 대안 제시하기.
3. 마지막 한 줄까지 신경 쓰기
“확인했습니다”, “진행하겠습니다”, “완료했습니다” 같은 마무리 멘트가 상대방을 안심시킨다.
커뮤니케이션이 곧 업무 능력
일을 잘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들과 신뢰를 쌓는 것이다. 그리고 신뢰는 작은 약속들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메시지에 답장하기, 약속한 시간에 연락하기, 진행 상황 공유하기 같은 기본적인 것들 말이다.
이런 기본도 안 되는 사람이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함께 일하기 어렵다. 반대로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커뮤니케이션이 확실한 사람은 점점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된다.
커뮤니케이션, 정말 중요하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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